기고

[글쓰기] 글쓰기에서 수사적 강조와 정확성의 긴장

시민교육 2024. 2. 11. 15:50

글쓰기에서는 수사적 강조와 정확성 간에 긴장이 있다. 요즘 시대에는 수사적 강조와 정확성 사이의 긴장을 알아챌 수 있는 한, 정확성을 택하는 것이 옳은 것 같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앎 없는 확신이나 이해 없는 비판을 위해 수사를 따려고 책을 펼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철학사에서 유명한 오독 중 하나는, 롤즈가 재능의 분포를 사회질서가 어떻게 고려해야 하는가에 관하여 한 논급에 대한 오독이다. 

 

롤즈가 말하려고 했던 것은 본질적으로 양적으로 그리고 질적으로 차이나는 재능을 갖춘 사람들이 그 재능을 활용하여 기여하는 분업체계의 산물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는, 제도 이전의 직관적인 응분 개념을 활용하여 도출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독을 하는 사람들이 읽어낸 내용은, 롤즈의 차등 원칙의 근거는 재능이 공동자산이라는 재능공유이론에 기초하고 있으며 따라서 롤즈의 차등 원칙은 개별화된 인신을 가진 존재들의 권리와 지위와 양립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오독은 단순히 저명한 사상가의 저술에 대한 훈고학적인 쟁점에 그치지 않는다. 생산과 분배 양 측면 모두와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는 불평등의 원천과 불평등의 결과를 어떻게 규율할 것인가에 대하여 롤즈가 중요한 접근을 제시했다는 사실 자체를 지우기 때문이다. 오독을 하는 사람들은 명시적으로 자신들의 전제를 드러내놓는 경우가 드물지만, 사실 그 오독에 숨어 있는 가정은 인간이 개별적인 인격이라면 그들이 분업의 협동체계에서 가져야 하는 보상은 전제도적인 응분에 의해 결정된다는 가정이다. 

 

전제도적인 응분이라는 것이 실제 분배 정의의 문제를 해결해줄 이치에 닿는 정합성과 정확성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이야말로 롤즈의 이론적 기여 중 하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여를 없는 듯이 취급하고, 결과적으로 전제도적 응분 개념을 없는 듯이 취급함으로써, 응분이냐 결과 평등이냐라는 해결될 수 없는 이분법적 사고와 심리적 비중 가늠의 해법만을 남겨두는 것이 오독의 유해한 결과이다. 

 

어쨌거나 롤즈는 그러한 오독을 일삼는 사람들 때문에 수정판에서는 문장들을 고칠 수밖에 없었다. 수정의 사항들은 아래와 같이 네이글이 정리한 바 있다. 

 

그러나 롤즈가 수정판에서 오독을 저지하는 문장들을 넣고 원래의 문장들 중 상당부분을 교체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독은 계속되었다. 이는 단지 철학계의 거두를 공정하게 대하지 않는 태도의 문제를 넘어서, 롤즈 이전의 정의론에서 어떤 부분이 봉합에 의해 해결된 듯이 착각되고 있었는지 자체를 보지 않으려는 습성의 문제이다. 

 

결국 학문을 한다는 것은 선학자에 대한 존중보다 더 심층적인 겸손의 태도를 필요로 한다. 그것은 해결하려는 문제의 구조를, 자신이 갖고 있는 이론적 자원에 끼워맞춰 얕게 보지 않으려는 태도이다. 

 

 

--아래--

 

Thomas Nagel, Concealment and Exposure : And Other Essays, Oxford University Press, 2002, 82-84

• 초판은 “그렇다면 차등 원칙은 사실상 자연적 재능의 분포를 공동 자산으로 간주하고 그 분포의 결과로 나오는 이득이 무엇이건 이를 공유하고자 하는 합의를 표현한다고 우리는 이해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것은 수정판에서는 “차등 원칙은 재능의 분포를 어떤 면들에서는 공동 자산으로 간주하고 이 분포의 상보성에 의해 가능하게 된 더 큰 사회경제적 이득을 공유하고자 하는 합의를 사실상 표현한다”로 바뀌었다. 롤즈가 우리 모두 서로를 소유한다고 생각했다는 비판의 빌미를 주는 부분이 적어졌다.(• The first edition says, “We see then that the difference principle represents, in effect, an agreement to regard the distribution of natural talents as a common asset and to share in the benefits of this distribution whatever it turns out to be.” This becomes in the revised edition, “The difference principle represents, in effect, an agreement to regard the distribution of natural talents as in some respects a common asset and to share in the greater social and economic benefits made possible by the complementarities of this distribution.” There is less of a handle here for the charge that Rawls thinks we all own each other.) 

• 초판은 “어느 누구도 자신의 더 큰 자연적 능력을 마땅히 가질 응분이 없으며 또한 사회에서 더 유리한 출발점을 차지할 자격도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차이들을 제거해야 한다는 결론이 따라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 차이들을 다루는 다른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롤즈는 “‘그 차이들을 다루는 다른 방법이’ 없다면 어떻게 되는가?”(7. Robert Nozick, Anarchy, State, and Utopia (New York: Basic Books, 1974), p. 229.)라는 (83) 로버트 노직(Robert Nozick)의 응수 때문에 고민을 했음이 분명하다. 그래서 수정판에는 위 마지막 두 문장 대신에 “그러나 물론 그 차이들을 무시할 이유는 없으며, 그 차이들을 제거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라는 문장이 들어가 있다.(The first edition says, “No one deserves his greater natural capacity nor merits a more favorable starting place in society. But it does not follow that one should eliminate these distinctions. There is another way to deal with them.” Rawls was evidently stung by Robert Nozick’s retort, “And if there were not ‘another (83)way to deal with them’?”7 The revised edition has, in place of the last two sentences, “But, of course, this is no reason to ignore, much less to eliminate these distinctions.”) 

•The first edition says, “Thus the more advantaged representative man cannot say that he deserves and therefore has a right to a scheme of cooperation in which he is permitted to acquire benefits in ways that do not contribute to the welfare of others.” 
초판은 “더 유리한 사람들의 대표는 자신이 응분이 있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복리에 기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득을 얻는 것이 허용되는 협동 제도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한다. 수정판에서는 이 문장이 “확실히 더 유리한 사람들은 다른 누구나 그러듯이 그들의 자연적 자산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이 권리는 인격체의 통합성을 보호하는 기본적 자유 하에서 제일 원칙에 의해 포괄된다. 그래서 더 유리한 사람들은 공정한 사회협동체계의 규칙에 따라 그들이 얻는 것은 무엇이든 가질 자격이 있다. 우리의 문제는 이 체계, 즉 사회의 기본적 구조가 어떻게 설계되어야 하는가이다.”라는 문장으로 대체되었다.(In the revised edition this is replaced by, “To be sure, the more advantaged have a right to their natural assets, as does everyone else; this right is covered by the first principle under the basic liberty protecting the integrity of the person. And so the more advantaged are entitled to whatever they can acquire in accordance with the rules of a fair system of social cooperation. Our problem is how this scheme, the basic structure of society, is to be designed.”(인용문 끝) 

이 변화들은 오해석을 저지한다. (...)